청소년의 체크카드 사용, ‘일상’이 되다
최근 NH농협은행이 발표한 'NH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체크카드 사용이 급증하며 일상적인 소비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생 1인당 연간 평균 체크카드 결제 금액은 약 175만 원으로, 월평균 약 15만 원을 소비하는 셈이다. 이 수치는 2020년에 비해 30%가 증가한 것으로, 청소년 소비력의 증가와 함께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일상화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특히 하루 2회 이상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학생 비중은 2020년 18%에서 2024년 29%로 증가하며, 카드 소비가 특정 상황이 아닌 일상적인 생활 방식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학생들의 연간 평균 카드 사용일수는 약 130일이며, 결제 건수는 262건으로 월평균 22회 결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쓰는 소비처는?
중고등학생들의 카드 소비는 대부분 편의점, 학교 매점, 음식점 등 생활 밀착형 업종에 집중됐다. 성별에 따라 소비 패턴은 다소 차이를 보였는데, 남학생은 게임방 이용 비율이 높았고, 여학생은 커피전문점에서의 소비가 두드러졌다.
- 남학생이 게임방을 찾은 평균 일수는 연 16일
- 여학생의 커피전문점 이용은 연 17일
이외에도 방과 후인 오후 4~5시에 커피전문점 이용률이 가장 높았으며, 결제 금액은 3000원~5000원이 41%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00원 미만(18%), 5000~7000원(17%), 7000~1만 원(11%), 1만 원 이상(12%) 순이었다.
특히 메가커피는 결제 건수 비중 18%로,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꼽혔다.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한 ‘가성비’ 브랜드들도 10% 내외의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지역별 인기 매장도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별로도 청소년 소비가 집중된 특정 매장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 편의점 중에서는 경북 김천 A고등학교점, 경남 진주 B여자고등학교점
- 학교 매점 중에서는 충남 논산 C고등학교 매점, 제주시 D여자고등학교 매점
이들이 각각 중고등학생의 평균 이용 금액 기준으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학생들이 접근성 높은 장소에서 자주 소비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예시다.
시기별 소비 패턴도 뚜렷
청소년들의 소비는 시기별로도 특징적인 패턴을 보였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3월 개학 이후 카드 이용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었고, 고등학생의 경우 12월 수능 이후 소비가 급증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등학생들은 수능이 끝난 뒤 운전면허학원 등록, 여행, 쇼핑 등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기며 소비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의 소비 증가는 부모로부터 일정 금액의 축하 선물을 받거나, 사회 진출 전 자유 시간을 활용하려는 경향과도 연관이 있다.
올리브영, 다이소도 주요 소비처로 부상
화장품, 생활용품 분야에서는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10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 올리브영: 3, 6, 9, 12월의 정기 세일 기간에 결제 금액과 방문객 수가 크게 증가
- 다이소: 3월과 5월 이용률이 높고, 건당 평균 결제 금액은 약 4700원
또한 온라인 결제 비중이 2020년 7%에서 2024년 14%로 2배 증가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온라인 채널에서의 건당 결제 금액은 평균 2만7000원으로, 오프라인 평균인 1만6500원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청소년들이 모바일 쇼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 금융 습관, 소비만큼 저축도 관심 증가
10대들의 금융생활은 소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NH농협은행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10대 고객의 예금 계좌 잔액은 연초 대비 6% 증가, 펀드 계좌 잔액은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 소비 중심에서 벗어나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장기적인 금융 교육과 용돈 관리에 대한 가정 및 학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린 나이부터 예적금 상품이나 펀드 등에 관심을 갖고 자산을 관리하는 10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10대 소비, ‘가성비’와 ‘경험’ 중심으로 진화
이번 NH농협은행의 보고서는 10대 청소년들의 소비가 단순한 물건 구매를 넘어 자기 표현, 여가, 경험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루 2회 이상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고,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거나 방과 후 커피전문점에서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등의 행동이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또한 성별, 시기, 지역별로 소비 패턴이 세분화되고 있는 만큼, 청소년 대상 브랜드나 업종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10대의 소비는 단순히 미래 고객을 위한 데이터 그 이상으로,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생활 경제를 구성하는 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